완도는 이름만 들어도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니, 이곳은 단순히 수산물이 유명한 섬이 아니라 바다와 숲, 그리고 역사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역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일정은 관광지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완도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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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유적지에서 시작한 완도의 시간
완도 여행의 출발점으로 청해진 장보고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다리를 건너 장도에 들어서는 순간, 주변 풍경이 조용히 바뀌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흙으로 쌓은 성터와 우물, 관측 공간이 남아 있어 당시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던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높은 지점에 올라서면 완도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단순히 유적을 보는 시간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 연결되었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섬과 바다가 가까이 이어져 있어 완도가 왜 해상 활동의 중심이 되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간 완도타워
완도타워로 향하는 길은 모노레일을 이용했습니다. 천천히 오르는 동안 창밖으로 바다와 시내 전경이 함께 보입니다. 걸어서 오르는 길과는 또 다른 시야가 열려, 이동 과정 자체가 하나의 관람 코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해 내려다본 완도는 생각보다 더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양식장이 점처럼 이어지고, 그 너머로 작은 섬들이 겹겹이 이어집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 색이 유난히 또렷해 보이고, 구름이 많은 날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더해집니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완도항 산책과 바다의 색감
완도타워에서 내려와 항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완도항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실제 어업과 생활이 이어지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정박해 있는 배들과 바다 위를 가르는 작은 어선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항구 주변을 걷다 보니 바다의 색이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햇빛이 강할 때는 푸른빛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구름이 끼면 물빛이 한층 부드럽게 변합니다. 특별한 체험을 하지 않아도,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도는 이런 일상적인 장면들이 모여 전체 분위기를 완성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일시장에서 느낀 생활의 온도
완도의 5일시장은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그대로 이어지는 곳에 가깝습니다. 직접 재배한 채소와 건어물이 좌판 위에 놓여 있고, 상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시장 전체에 흐릅니다.
항구 인근 수산물 유통센터에서는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을 분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과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완도가 여전히 바다와 밀접한 도시라는 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청해진 촬영장에서 마주한 또 다른 풍경
완도에는 사극 촬영지로 활용된 세트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시대를 재현한 건물과 거리 구조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다른 시대로 이동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은 실제 풍경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세트장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당시의 생활상을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 공간이 아니라, 완도의 역사적 배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장소로 느껴졌습니다.
완도 수목원에서 만난 푸른 쉼
완도 수목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난대림 자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니 숲의 공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사계절 푸른 잎을 유지하는 식물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어 도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유리온실과 수생식물 공간을 지나며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었고,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습니다. 완도의 바다가 시원한 인상을 남긴다면, 수목원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여운을 남기는 공간이었습니다.
완도를 돌아보며 느낀 점
완도는 특정 명소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바다 전망과 역사 유적, 전통시장과 숲길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아 하루 일정으로도 주요 공간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이번 여행은 빠르게 많은 장소를 방문하기보다, 한 곳에 조금 더 머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숲길을 걷고,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 속에서 완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도는 조용히 머물수록 더 많은 장면을 보여주는 섬이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