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르기 전에는 조문객이 많이 오는 시간대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러보니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의외로 밤이었습니다. 낮에는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지만, 밤이 되면 조용해진 빈소와 함께 여러 생각들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밤의 빈소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회한, 그리움으로 가득해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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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낮에는 바빠서 슬플 시간도 없었다.
장례 첫날부터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조문객 인사, 음식 확인, 가족연락, 장례 절차 확인, 부의금 정리 등 계속 움직여야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천주교 장례로 치르다 보니 연도회에서 여러 차례 시간대별로 와서 연도를 바쳐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교유들의 기도 소리가 빈소를 채워주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이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슬픔보다는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현실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2. 조문객이 돌아가고 난 뒤의 빈소
밤이 되면 빈소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낮에는 사람들이 오가며 대화 소리도 들리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지만, 밤이 되면 조용해졌습니다.
특히 늦은 밤이 되면 빈 의자들이 눈에 들어오고, 낮에 조문을 왔다가 돌아간 사람들의 모습도 떠오르게 됩니다. 마음을 다해 위로해 주었던 지인들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일상도 바쁠 텐데 마음을 내어 조문을 와 주었던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는 애써 미뤄두었던 감정들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함께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야기들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3. 어머니 생각이 가장 많이 났던 시간
밤에는 자연스럽게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있었던 일, 마지막 대화, 함께 했던 시간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낮에는 계속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는데, 밤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지니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잘해드릴 걸"
"한 번 더 안아드릴 걸"
"한 번 더 이야기할 걸"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후회와 자책이 힘들게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어머니가 치매를 오래 앓으셨기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뭘 원하셨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등 계속 생각하면 할수록 좀 더 다정하게 세심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4. 잠을 자려고 해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상주는 장례 기간 동안 제대로 쉬기가 어렵습니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머릿속은 계속 돌아갑니다.
내일 발인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화장장은 문제없는지, 가족들은 괜찮은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잠깐 눈을 붙여도 금방 깨곤 했습니다.
그래서 장례가 끝나고 나면 정신적인 피로뿐 아니라 육체적인 피로도 상당히 크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멀리 사는 다른 지역의 가족들이 퇴근하고 도착하면 밤이 되는데 또 출근해야 해서 새벽에 가는 분들이 있어 마중하고 배웅하느라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마음이 고마워 함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습니다.
5. 새벽 시간의 빈소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새벽이 되면 장례식장은 더욱 조용해집니다.
복도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빈소마다 불만 켜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시간에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상주들의 마음도 떠올랐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6. 밤이 힘들었지만 감사했던 것도 있었다.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밤이 되니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감사한 사람들도 떠올랐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아준 지인들, 위로의 마음을 건네준 사람들, 조용히 곁을 지켜준 가족들 생각이 났습니다.
특히 천주교 장례를 치르면서 연도회 분들이 계속 기도해 주고 함께해 주셨던 모습도 많이 떠올랐습니다. 조문객이 적은 오전과 이른 오후 시간에도 연도회에서 여러 차례 빈소를 방문해 연도를 바쳐주셨습니다. 상주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식사도 하지 않고 연도만 하고 가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장례를 겪고 나서 알게 된 것
많은 사람들이 장례는 슬픔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슬픔과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이 함께 찾아옵니다.
그래서 상주가 된 사람에게는 "고생 많다"는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상주는 단순히 빈소를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가족을 대표해 장례를 마무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무리
장례를 치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밤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낮에는 바쁘게 지나가지만, 밤에는 조용한 빈소 속에서 여러 감정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가족의 소중함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주변에 장례를 치르는 상주가 있다면, 짧은 위로 한마디라도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