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르기 전에는 유품 정리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부모님 장례를 치르고 나니 전혀 달랐습니다. 물건 하나를 버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물건일 뿐이지만, 저에게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담긴 추억이었기 때문입니다.
유품 정리는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물건은 바로 정리할 수 있었지만, 어떤 물건은 몇 달이 지나도록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늘 끼고 계셨던 반지는 아직도 제 책상에 있습니다. 오늘은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물건들과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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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늘 입으시던 옷
부모님 방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평소 즐겨 입으시던 옷이었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입으셨던 점퍼, 집에서 편하게 입으시던 옷, 계절마다 꺼내 입으셨던 외투까지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조금 더 두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옷을 정리하는 순간 부모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결국 한동안은 옷장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가족들과 상의하며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2. 늘 손에 들고 다니시던 지팡이
어머니는 치매가 진행되면서 외출할 때마다 지팡이를 사용하셨습니다.
현관 한쪽에는 늘 지팡이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며 쉽게 치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팡이를 보면 어머니가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문을 나서시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지팡이였지만 저에게는 어머니를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3. 오래 사용하시던 안경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안경도 쉽게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책을 보시거나 TV를 보실 때 항상 쓰시던 안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손에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습니다.
안경 하나만 봐도 부모님이 금방이라도 "그거 내 안경인데."라고 말씀하실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4. 오래된 사진첩
유품을 정리하다가 가장 오래 멈췄던 곳은 사진첩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을 꺼내 보면 또 다른 사진을 보게 되고, 추억이 이어졌습니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모습, 가족여행 사진, 손주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까지….
사진을 보다 보면 정리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시간 동안 사진만 보고 나온 날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사진은 쉽게 넘길 수 없는 유품이었습니다.
5. 손때가 묻은 가방
어머니가 생신 선물로 받으신 가방도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선물을 받으시고 무척 기뻐하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끼며 사용하시던 가방이라 큰 흠집도 없었습니다.
가방 자체보다 그 안에 담겨 있던 부모님의 기쁨이 생각나 쉽게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6. 메모와 작은 기록들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작은 메모지들이 나왔습니다.
전화번호를 적어 놓은 종이, 병원 예약 날짜, 필요한 물건을 적어 둔 메모….
평범한 종이였지만 부모님의 생활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치매가 진행되기 전 직접 적어 두신 글씨를 보면서 한참 동안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글씨 하나에도 부모님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7. 결국 남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유품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을 정리했다고 해서 부모님을 잊게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유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을 담고 있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품 정리는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는 일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로 정리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서둘러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조금씩 준비될 때마다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혹시 지금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유품을 정리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을 기억하는 마음을 충분히 담아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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