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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보다 더 힘들었던 그 이후의 시간

by hanulnote25 2026. 6. 14.

많은 사람들이 장례가 끝나면 슬픔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장례를 치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장례를 잘 마치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에 슬픔을 느낄 시간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발인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진짜 현실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부모님 장례를 치른 후 더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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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장례를 치른 뒤

 

 

1.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허전함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장례기간 동안에는 빈소를 지키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계시던 방을 지나갈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공간이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부모님이 정말 떠나셨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누워계시던 침대, 좋아하고 아껴두어 낡지 않은 옷, 생신날 선물 받고 좋아하셨던 명품가방, 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 늘 짚고 다니던 지팡이 등 추억과 마음이 담긴 것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늘 그곳에 그 자리에 있어 쓰임을 다하던 물건들이 이젠 아끼고 애지중지하는 주인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멀끔히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 어찌할 바 몰랐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2. 장례가 끝나도 해야 할 일은 계속된다.

 

발인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망신고를 해야 했고, 은행 업무도 처리해야 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관련 절차도 확인해야 했고 각종 계약과 회원정보도 정리해야 했습니다.

슬픔을 느낄 시간도 없이 현실적인 문제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특히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은행업무는 주변사람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정리해야 상속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양병원에서 임종이 가까워졌으니 면회를 오라고 해서 다녀온 뒤 바로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미리 전해 들은 계약이나 정리할 것들은 가족들이 나누어서 했으나 미리 알지 못했던 것들은 방치할 수밖에 없어 연락이 오면 처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빚이 있었습니다. 빚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얼마인지 미리 알지 못하여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변호사 상담을 하고 가족들이 여러 번 모여 의논을 했었습니다. 

 

3. 휴대폰으로 오는 문자들이 힘들었다.

 

장례 이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는 예상하지 못한 문자들이었습니다. 사망신고가 완료되고 며칠이 지나자 여러 기관에서 문자와 우편물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 계약 해지 안내
  • 회원자격 종료 안내
  • 각종 서비스 변경 안내

이런 문자들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단순한 행정절차일 뿐인데도 마치 부모님의 흔적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장례가 끝났다고 해서 이별도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망신고를 하면 보호자에게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휴대폰을 바로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통신사 안내에 따라 정리했는데, 오히려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유품 정리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유품 정리도 쉽지 않았습니다. 옷 한 벌, 안경하나, 오래된 수첩 하나까지 모두 부모님의 흔적이었습니다. 버려야 할 물건과 남겨야 할 물건을 구분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래된 사진이나 손글씨 메모를 발견하면 정리가 멈추곤 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추억을 떠올리고, 메모를 읽으며 부모님의 생각을 짐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유품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정리되고 유품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처음에는 정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품을 정리한다는 건 영원한 이별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인연을 계속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그냥 두었습니다.

이후 마음이 시키는 대로 정리하고 싶은 유품부터 정리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5. 부모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줄어든다.

 

장례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친척들도 이야기하고 지인들도 추억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날 때 이야기하고 싶어도 상대방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혼자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나면 그리움이 좀 옅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추억을 공감하고 그리움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유품정리를 하면서 묵혀두었던 감정들도 털어내고 그리움도 가슴에서 덜어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을 자주 가질수록 일상을 더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6. 후회는 장례 후에 더 많이 찾아온다.

 

장례기간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일상이 찾아오면 후회가 시작됩니다.

"한 번 더 찾아뵐 걸"

"조금 더 다정하게 이야기할 걸"

"사진을 더 다정하게 찍어둘 걸"

저 역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셨고 요양병원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습니다. 면회를 하지 못하는 코로나 기간도 있어 잘 지내시는지 전화만 했습니다. 그때에도 치매여서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대화도 잘 못하여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어머니의 상황을 들어야 했습니다. 건강하실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게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셔서 좋아하시는 안주를 사가지고 가면 " 우리 한잔 하자" 하시며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씩 아버지를 추억할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올라 즐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과 함께 했던 평범한 식사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 같습니다.

 

7.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

 

장례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슬픔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대신 부모님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보다는 감사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함께했던 시간들, 배웠던 것들, 사랑받았던 기억들이 오래 남게 됩니다.

 

마무리

 

장례를 치르기 전에는 장례식이 가장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장례가 끝난 뒤 찾아오는 현실과 허전함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은 부모님과의 이별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혹시 지금 부모님이 곁에 계신다면 오늘 한 번 더 안부를 묻고, 함께 식사하고,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