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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들

by hanulnote25 2026. 6. 17.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지는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직접 치매를 겪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저 역시 어머니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시면서 많은 일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깜빡하시는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성격과 생활 방식까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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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들

 

 

1.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날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외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정도는 혼자 다녀오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외출하신 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가족들은 놀라서 주변을 찾아다녔습니다. 평소 가시던 시장과 공원, 자주 다니던 길을 모두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찾을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 가족들은 늘 불안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왜 길을 잃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길을 잃을 뿐만 아니라 다치기도 하셨습니다. 보도블록의 튀어나온 부분을 보지 못해 넘어지시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내리다가 다치기도 해서 입원하는 일이 생기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병실에 혼자 두시기 어려워 가족들이 교대로 어머니를 지켜야 했습니다. 

 

2. 같은 질문을 반복하실 때

 

치매가 진행되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몇 분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하시고, 대답을 해 드려도 금방 잊어버리셨습니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가족들도 지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겁먹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순간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어머니가 일부러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컷하는 한순간 그 사실을 잊게 되는 나를 보면서 슬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조금 더 다정하게 이야기해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3. 이유 없이 화를 내실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는 어머니가 갑자기 화를 내실 때였습니다. 저를 보면 화를 내시기도 했고, 가족들에게 서운한 말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왜 화가 나셨는지 물어봐도 설명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저 역시 이유를 모르니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도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머릿속에는 여러 감정이 있는데 표현하지 못하고, 기억도 정리되지 않으니 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왜 화를 내실까를 추측해야 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어떻게 화가 나게 되었을까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더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못하게 하는 치매란 병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저를 알아보지 못했던 날 

 

치매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면회를 갔을 때 어머니는 반갑게 웃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씀하지 못하셨습니다. "엄마, 나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웃기만 하셨습니다. 분명 반가워하시는데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그 순간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섭섭함보다는 어머니의 병이 많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면회 갔을 때는 휴대폰에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손자 손녀들의 사진, 동영상 등을 담아가서 보여드렸습니다. 함께 보면서 누구라고 알려드리고 어디서 어떻게 찍은 사진인지 동영상인지 알려드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 무척 즐거워하시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렇게라도 어머니의 기억을 붙잡아 두고 싶었습니다. 

 

5. 전화통화가 어려워졌을 때

 

코로나 시기에는 면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양병원이어서 관리가 더 철저했습니다. 한동안 면회가 아예 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로 안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치매환자와의 전화 통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으셔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려워하셨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짧게 대답만 하셨습니다. 어떤 날은 간호사님이 전화하셔서 어머니가 통화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뜸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어 버리셨습니다. 당황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간호사님으로부터 어머니가 잘 계시는지 무얼 하고 지내시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나누던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6. 기억은 잊어도 감정은 남아 있었다.

 

신기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족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날이 많아졌지만, 반가운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면회를 가면 웃어주시고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지금도 환하게 웃어주시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침대에 누워서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순간은 누구인지 아는 것 같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가족이 왔다는 것은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치매는 기억을 앗아갈 수는 있어도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 모두 지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후회였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치매 자체보다 후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실 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걸.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걸.

사진을 더 많이 찍어둘걸.

이런 생각이 자주 떠오릅니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오는 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빠르게 많은 것이 변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치매 초기였을 때 조금 더 빨리 병원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요즘은 치매 진행을 늦추는 치료와 약물도 있다고 하니 작은 변화라고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치매는 환자 한 사람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겪는 병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를 돌보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고 후회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힘들었던 순간보다 어머니가 환하게 웃어주시던 모습과 손을 잡아주시던 따뜻한 기억들입니다.

혹시 지금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오늘 한 번 더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라도 나누어 보시길 바랍니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이 언젠가는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